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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미국 / 서부) 라구나 비치(Laguna Beach)

미국 자료 조사 (2017.7.04~08.03) - 라구나 비치(Laguna Beach) 방문


캘리포니아에 왔는데 해변을 안 보고 갈 수 있나. 그래서 주변에 물어봤다. 지금 머물고 있는 동네에서 가깝지만 아주 좋은 해변이 어디냐고. 복잡하고 사람 많은 곳 말고, 여유로운 그런 해변으로. 산타 모니카나 말리부야 워낙 유명해서 한 번 가보고 싶긴 하지만, 너무 멀다. 대략 후보군이 좁혀졌다. 가장 가까운 뉴포트 비치, 선셋 비치, 헌팅턴 비치, 그리고 조금은 거리가 있지만 한적해서 아주 좋다는 라구나 비치. 고민을 조금 했지만 택시비 더 주고라도 이런 기회 흔치 않다고 생각해서 라구나 비치로 향했다. 그런데 ... 그런데 ... 대박이었다! 편도로 택시비만 거의 4만원 주고 갔다.









해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정말 정말 좋다.












라구나 비치는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다. 아담한 동네지만 휴양지처럼 거리가 예쁘고 어디든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해변이 크진 않다. 아주 드넓은 백사장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해변은 마치 공원을 연상시킨다. 여유로운 해수욕을 즐기기엔 제격인 곳이 아닐까 싶다. 도로에서 해변까지의 거리도 짧아 편리하다.

라구나 비치의 메인 비치 정경이다. 왼쪽엔 농구 코트도 보인다.

라구나 비치의 해변은 아담하다. 도로에서 해변까지의 거리도 짧아서 나는 오히려 그 부분이 마음에 든다. 일부 비치는 아주 먼~~ 길을 걸어야 겨우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니 ...  해변이라기보다 마치 공원 같은 라구나 비치.

비치 발리볼도 볼 수 있다. 배구는 제법 하는 편인데, 모래 위에서 하려면 정말 힘들듯 ㅠㅠ



농구 코트 대박!!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농구하는 기분은 어떨까? ㅎㅎ









루프탑 라운지에서 일몰 감상!

나는 일출보다는 일몰이 좋다. 캘리포니아 해변은 일몰을 보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마치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처럼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다를 향해 빨려들어가는 시간마다 변화하는 하늘의 붉은 표정은 황홀함 그 자체다. 검색을 해봤다. 오호~ Rooftop Lounge 라는 훌륭한 장소를 발견했다. 작은 호텔의 4층 옥상에 있는 라운지 바인데, 일몰을 보기에 환상적인 곳이라고 한다.



메인 해변이 있는 곳에서 십여 분을 빠르게 걸어 7시 전에 겨우 라운지에 도착했다. 역시 벌써부터 사람들이 꽈악 차서 좁디좁은 옥상이 북적북적거린다. 웨이터에게 물어보니 자리에 앉으려면 적어도 4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한다. 어쩔 수 없이 스탠딩 일몰 감상을 선택하고, IPA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일몰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서 선 채로 바다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참 좋다. 그냥 좋다는 말 이상으로 하기 어려운, 그냥 좋은 그런 상태.




아래는 파노라마 사진. 클릭 클릭~







내가 서 있는 곳 옆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벤치가 있다. 중년의 두 부부가 빨리 자리가 나길 소망하며 벤치에 앉아 잡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중 한 남자가 내 옆에 서더니 간단히 인사를 해 왔다. 그렇게 우리는 몇 분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누며 일몰을 감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바로 앞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십여 분 지났을까. 웨이터가 내게 오더니 어떤 맥주를 마시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오잉? 무슨 일이지? 알고 보니, 아까 나랑 짧은 대화를 나누었던 케빈 코스트너를 아주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내게 맥주 한 병 선물하는 것이었다. Thank You!



해가 거의 수평선에 걸치며 힘을 잃어가는 무렵, 내게 맥주를 선물했던 부부가 자신들과 함께 자리를 하자고 나를 즉석으로 초대했다. 처음 보는 미국인 두 부부 그리고 나와의 아직은 어색한 합석이다. 나를 초대했던 남자는 미국에서 플라스틱 사업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한 다른 부부는 그의 사업 파트너 부부인데 사업 파트너끼리 부부 동반 모임에 나를 초대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처음 보는 동양인 남자인 나를 ...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다. ㅎㅎ 그는 혹시 니가 다음에 한국 대통령이 되면, 한국에서 자신이 플라스틱 사업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가 케빈 코스트너 닯지 않았냐고. ㅎㅎ (얻어 먹는 입장에서는) "오~ 그러고보니 닮았다"고 얘기를 했지만, 사실 밤이라 그런지 조금 비슷해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은지 10분도 되지 않았을 때 금방 음식들이 나왔다. 주로 멕시칸 음식들에 해산물, 샐러드가 있었다. 하나 하나가 참 맛있었고 이렇게 뜬금 없이 공짜밥을 얻어 먹으니 더욱 감개무량하다. 우리는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사업 파트너인 그 중년 남성은 내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안 이후로 정말 많은 질문을 했다. 한국에서 지금 청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남한에서 한국 사람들은 불안해하지 않는지 ... 그는 한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궁금한게 많았다. 그것도 최소한 20년은 전에 다녀왔다고 하니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한가보다. 미국에서도 청년들의 실업 문제는 큰 고민거리인가보다. 그리고 결혼 문제도 그렇다. 나를 초대한 Dan에겐 두 딸이 있는데 모두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싱글이라며 약간 걱정스런 말투로 얘기하였다. 거의 9시 정도가 되어서 우린 자리에 일어났고, 지금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Dan은 내게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핸드폰 번호로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뜻 밖의 호의로 인해, 라구나 비치에서의 밤이 더욱 풍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