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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미국 / 중부) 텍사스 오스틴 한인교회 첫 방문

미국 자료 조사 (2017.7.04~08.03) - 텍사스 오스틴 한인교회 방문 (7/23, 일)


지금까지 25개 국가를 여행했지만, 해외에 있는 한인교회를 방문한 것 ...  더 정확히 표현하면 (기독교인으로서) 예배를 드리고자 한인교회에 간 것은 지난 일요일이 처음이다. 사실 조금 고민을 했었다. 현지 교회는 교파도 다양하고 별로 정보가 없어서 섣불리 갈 수 없었다. 한인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한인교회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아담한 교회였다. 일부러 큰 교회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것. 그렇다고 엄청 작은 것은 아니지만, 대충 예배 드릴 때 참석 인원을 보니 100명은 넘어 보이는데 150명은 안될듯 싶었다. 예배당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중년 남성분이 내가 처음 온 것을 금방 알아차리시고는 "처음 오셨어요?" 라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네, 근데 잠깐 방문 중입니다." 라고 답했다. 그는 내게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교육자로 보이는 분의 간증에 이어 찬양과 목사님 설교. 한국에서의 예배와 비슷한 순서였고,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사랑과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설교의 내용도 좋았다.



예배를 마친 후 하나 밖에 없는 출구로 사람들이 줄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았지만 먼저 나가지 않았고, 사람들이 절반 정도 빠져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본당을 빠져 나왔다. 빠져 나가는 도중, 아까 내게 처음 온 것이냐고 물었던 분과 눈이 마주 쳤다. 사람들은 분주해 보였다. 나와 같이 예배를 드린 교인들은 함께 먹을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것 같다. 예배당에서 완전히 나왔다. 이제 눈 앞엔 마당이 보인다. 지금 이 자리에서 20m 정도 마당을 지나가면 철로 된 출입문에 도달하고, 그 문을 열고 나가면 거리다. 내게 인사를 해 주는 사람도, 같이 식사를 하자는 사람도 없다. '더 기다릴까?' 잠시 고민을 했으나, 발걸음을 떼고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출입문을 향해 걸어 갔다. 내 뒤로 나와 함께 예배를 드린 모든 교인들이 있고 마당을 걷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다. 그렇게 혼자 마당을 지나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완전히 폐쇄된 공간, 출입문 형태가 아니기에 밖에 사람이 있으면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프레임만 있는 그런 형태의 문이니까. 교회 옆을 천천히 지나 식사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을 지나쳐 쭈욱 걸어 내려갔다.

만약 내가 ... 교회를 전혀 다니지 않는 사람인데 큰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예배당에 간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리고 아까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네, 처음 왔고요, 얼마 전에 어스틴으로 이사 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면 뭔가 달랐을까? 잠깐 방문 중이라 아니라, 여기에 살 것이고 교회에 등록하겠다는 그런 뉘앙스의 대답 말이다. 결과야 모른다. 일반 성도가 처음 온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 안다. 하지만 사역자 여러 명을 포함하여 성도 중 단 한 명도 외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와 같은 '그들만의 리그' 양태는 꼭 해외 한인교회만의 문제는 아니고, 한국교회 대다수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습이다. 기독교의 정수(essence)는 사랑, 용서, 관용 등인데 정작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의 상당수는 굉장히 배타적이며 자기가 속한 공동체 중심적이다. 사랑의 대상은 자기들끼리인 경우가 참 많다. 참 씁쓸한 일이다. 이런 글이 (나름 포함한) 기독교인에게 무척 불편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직시하고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교회의 위기는 사역자를 포함한 기독교인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