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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이야기

(카투사 헌병/MP 이야기) 2. KTA, 꿈에 그리던 그곳으로

6주 동안의 논산훈련소 신병 교육을 마치고 의정부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카투사의 경우 6주 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논산에서 받는데 일반 육군 훈령병과 함께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 이후 KTA (KATUSA Training Academy)라는 미군 신병 훈련소에서 3주간의 교육을 받은 후 자대로 배치된다. 당시 KTA는 의정부 캠프 잭슨(Camp Jackson)에 위치해 있었다.

6주만의 첫 외출. 특히 서울 도심에 위치한 훈련소라는 점에서 그곳에 간다는 사실에 얼마나 설레였던지. 기차 역에서 내려 걸어서 KTA까지 갔을 때의 그 감흥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꿈에 그리던 그곳에 드디어 당도하게 된 것이다!

<KTA에서 동기들과 함께>


한국 속의 또 다른 나라 ‘미군부대’

KTA. 그곳은 나에게 첫 미군부대였다. 이제껏 한 번도 미군부대에 들어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곳은 매우 충격적인 곳이었다. 한국 속의 또 다른 나라 ‘미군부대’. 이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처음 보는 미군 군복에 독특한 막사, 음식, 장비들을 접하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으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국력이 대단한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천조국의 위엄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생소한 군대 용어를 영어로 익히려니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영어시험, PT Test(체력시험), 군사시험 등 3주라는 짧은 기간에도 다양한 시험이 우릴 괴롭혔고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은 바로 보직과 자대 배치. 훈련소 곳곳에 남겨진 전설 같은 글들을 통해 익히 들었던 최악의 보직들. 전투병, 헌병 등. 이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추첨 전날은 천 마리까지 양을 세고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긴장되었다.


<KTA에서 졸업식 사진들>

그리고 추첨 날짜가 다가 왔다.

환호와 아쉬움, 그리고 절망이 교차하는 이 미묘한 순간. 2사단 전투병에 당첨되어 마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던 친구들. 용산에 배정 받아 웃음꽃이 활짝 핀 친구들. 이렇게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나는 다행히 용산에 배정 받았다. 그러나 뭔가 꺼림칙한게 있으니 바로 보직이 ‘(순찰)헌병’. 어, 이게 뭐지?

헌병?

용산은 용산인데 카투사 헌병은 무엇인고? 내 동기 중에서 유일하게 나 혼자 용산 헌병으로 발탁(?)이 되었다. 용산으로 향하는 수 십 명의 동기 중 나 혼자 헌병이다. 용산이라 웃어야 할 지 헌병이라 울어야 할 지. 같은 소대에서 친했던 한 친구는 2사단 헌병으로 갔기에 용산 가는 길이 그리 기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카투사에서 헌병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한국군 헌병처럼 매일 보초만 서는 것은 아니겠지.

‘용산’ 그리고 ‘헌병’.

혼란스러웠지만 무엇보다 혼자라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