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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SNU 네팔 봉사단] Day 7

Day 7 (2016.08.21)


우리가 묵었던 숙소 화장실 창문 밖으로 저 멀리 히말라야가 보인다. 화장실에서 '모닝 빅샷(응가)'을 날리는 그 혼돈 가운데에도 창문 밖 히말라야는 우리의 마음에 평안을 주었다. 고마워요 히말라야. 매일 아침 너를 보는 그 시간은 늘 흥분되지.





이틀 동안 봉사활동을 할 산지바니(Sanjiwani) 학교로 이동했다. 우리가 머문 숙소에서 무척 가깝다.



카메라만 들면 마낭 신난다.




이틀 동안 산지바니(Sanjiwani) 학교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음악과 미술 활동을 진행했다. 이 학교는 평범한 네팔 학교로 작년 지진 피해때문에 지금은 임시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이틀 동안 방문했던 KUHS 학교는 비교적 유복한 학생들이 다니는 고급 사립학교다. 하지만 이번 학교의 사정은 매우 다르다. 내가 담당했던 반 아이들 중에는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몇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뿌듯했지만 동시에 가슴이 먹먹했던 하루였다.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가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좋았을텐데.



작년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다. 언제나 걱정이 앞선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이들은 얼굴은 밝았다.











DSLR로 찍은 사진은 역시 느낌이 참 좋다.



뙤약볕에서 아이들은 운동장 조회를 가졌고 우리가 준비한 공연들을 시작했다. 합창과 댄스팀의 공연이 이어졌다.




지진으로 건물이 일부 붕괴되고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자 학교 측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임시 건물을 여럿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좁고 허름한 가건물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창문도 없고, 출입구도 없다. 외부 소음은 전혀 차단되지 않고 먼지가 흩날렸다. 교실이라 부르기 민망한 공간에서도 아이들은 배움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짜리몽땅한 연필 하나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부끄러웠다.







미술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미술 전문가 부부는 정말 부러울 정도로 죽이 척척 맞으면서도 유쾌하게 다툰다.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ㅎㅎ









이날 오전에 내가 담당했던 학급에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아이다. 음악 수업이라 가사가 있는 악보를 나눠졌지만 이 아이에겐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아이 옆에 앉아 손을 잡으며 함께 했다. 점자로 된 것을 만지거나 귀로 들을 수 밖에 없는 아이이기에 옆에서 소리 내어 가사를 읽어 주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악기를 만질때도 함께 손을 잡고 소리를 냈다. 불과 한 두 시간 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많은 생각이 내 가슴 속에 밀려드는 수업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른 학급에도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최소한 한 두 명씩은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것일까. 궁금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꽃을 꺽어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한 송이, 한 송이 그렇게 하나씩 받다보니 금새 한 움큼이 되버렸다. 어쩜 이리 생각이 이쁠까. 꽃을 줄 생각을 다 하고 말이야. 너에게 줄 것이 없기에 정말 미안해.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유독 많았던 민호.





점심 식사는 매일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오늘도 어김 없이 네팔식 출장뷔페다. 정말 즐거웠던 것은 네팔에서 처음으로 생선요리를 먹었기때문이다! 내륙 국가인 네팔에서 생선이라니! 생선이 가미된 특식은 역시 맛있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먹는 식사는 여기서 공부하는 현지 학생들에게 무척 고급 음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몰래 식사를 해야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미안했다. 안전, 위생상의 이유로 진짜 현지인들이 먹는 방식으로 음식을 먹기는 어려웠다. 현지에서의 봉사도 중요하지만 봉사단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제일 우선일 수 밖에 없다. 어느덧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생상태가 좋은 나라가 되었기에 개도국을 방문할 때 식사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하늘의 색은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어디서 이런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처음 만져보는 모양의 악기를 두고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서로 다른 모양의 악기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를 뽐냈고 아이들은 30분이 넘도록 악기를 서로 다루고자 고군분투했다. 악기를 배워 쉬운 곡이라도 함께 합주를 하자는 것이 애초의 수업 목표였지만, 우리는 아무런 음악적 성과가 없더라도 그냥 신나게 놀게 두었다. 우리가 기증할 물건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은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즐거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봉사의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러한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현지 사정에 맞게 그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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